CJ대한통운이 택배는 물론, 글로벌 사업 경쟁력 강화에 드라이버를 본격적으로 걸고 있다. 엔데믹 전환 후 택배 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한 가운데 쿠팡 등 후발주자들의 영향력은 커짐에 따라 확실한 1위 사업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신성장 동력 마련이 필요해진 까닭이다.
CJ대한통운의 국내 택배 점유율은 6월말 기준 44.3%를 기록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이 회사의 시장점유율이 2020년 정점을 찍은 이후 매년 하락 추세라는 점이다. 실제 2020년 50.1%의 시장점유율을 가진 과점지위자로 올라섰으나 이듬해 48.3%로 뒷걸음질 쳤고, 2022년 45.7%까지 낮아졌다.
CJ대한통운의 이 같은 시장점유율 하락은 수익성 강화를 위해 디마케팅(수익성 낮은 고객 배제)을 대대적으로 전개한 영향이 컸다. 이 회사 관계자도 "택배 시장은 단가 경쟁이 심하다 보니 영업이익률이 상당히 박하다"며 "영업이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수익성이 낮은 고객사를 정리했고, 이 과정에서 점유율이 다소 낮아졌다"고 전했다.
문제는 CJ대한통운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디마케팅만 고수하기엔 시장 환경이 너무나 비우호적인 상태란 점이다. 우선 엔데믹 전환 후 오프라인 쇼핑 수요가 회복되면서 택배 물동량 증가세가 한풀 꺾였다. 아울러 인건비 부담이 확대된 만큼 더 많은 물동량 확보가 필요한데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가격경쟁력이 동반되지 않으면 영업을 하기 쉽잖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당일배송 서비스가 일반화 되면서 주요 온·오프라인 채널들이 직접 배송 시스템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CJ대한통운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쿠팡만 해도 최근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를 통해 오픈마켓 물량까지 그룹 내 자체 배송하게 되면서 향후 플랫폼 외부까지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CJ대한통운 역시 택배 물동량 확보를 위해 네이버와 글로벌 직구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 등과의 동맹은 물론이거니와 ▲당일배송 ▲내일배송 ▲일요배송 등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서비스 차별화에 매진 중이다. 더불어 의료 콜드체인과 신재생에너지 등 고부가가치 산업과 관련된 물류전문성 강화에도 강한 드라이버를 걸고 있다.
나아가 글로벌 사업에서도 신성장 동력을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약 600억원 규모의 신규 글로벌배송센터(GDC)를 구축한 것이 대표적. 해당 GDC는 미국 건강제품 회사 아이허브 물량을 보관하며,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중동 지역 9개 국가에 배송을 담당하는 전진기지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이외 CJ대한통운은 한국해양진흥공사와 함께 북미 시카고, 뉴욕 등에 최대 6000억원 규모 물류센터를 건설해 현지 고객사들의 물량을 보관하고 재고 관리에 나설 예정이다.
이에 대해 시장 한 관계자는 "CJ대한통운 입장에선 여전히 1위 사업자이긴 하지만 기존 업체와 쿠팡 등 후발주자들의 도전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거세지다 보니 확고한 육상물류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강한 드라이버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 회사가 신성장 동력으로 초국경 전자상거래를 꼽았던 걸 고려하면 중국 및 일본 등 인접해 있는 지역의 이커머스와 거래를 활성화하는 형태로 사업경쟁력을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시장의 이러한 전망에 대해 "국가 간 전자상거래 시장이 급성장 하고 있다"며 "이 시장을 선도하고자 글로벌배송센터(GDC)와 국제특송센터(ICC)를 선제적으로 구축해 재고관리와 패킹부터 통관 및 배송까지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수익성이 궤도에 오른 만큼 다시 점유율 확보에도 집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