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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22년 46주차, “택배노조에 무너진 남편, 사과 한 번 제대로 못 받았다”

작성자 최고관리자 1,691 22-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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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남매 위해 지게차 운전하는 택배대리점주 아내 

박씨는 전업주부였지만 남편이 사망한 후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오후 1시쯤부터 자정 무렵까지 하루 10시간 넘게 일한다. 택배 물건을 대형 트럭에 실어야 해서 지게차 운전도 배웠다. 안 해보던 육체노동인지라 밤이면 근육통에 시달린다. 다행히 친정 근처로 이사해 친정에서 애들을 돌봐 준다고 한다. 이씨는 중3, 중1, 그리고 7살짜리 3남매를 키우고 있다.

1년이 훌쩍 지났지만 당시의 상처는 고스란히 짊어진 채 가장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그는 또 다른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남편을 사망에 이르게 한 이들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는 가운데 “이해하지 못할 일들”이 생겨나고 있어서다. 박씨는 대리점에서 일하면서 남편을 괴롭히던 이들을 고소했다. 경찰은 20여 명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 적극적으로 가담한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최근에는 이들 4명 외 기소된 다른 2명에 대한 1심 선고가 있었는데, 모두 집행유예였다. 한 재판부는 “허위 사실로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그로 인해 피해자의 자살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발생했다”며 “범행 경위나 결과에 비췄을 때 피고인의 죄책이 무거우며 유족들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피고인이 피해자 생전에 사과했고 피해자도 이해한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낸 점 등을 고려했다”고 했다. 박씨는 “남편이 받은 건 사과다운 사과가 아니었다. 이후에도 괴롭힘은 여전했다"고 회상했다

 

“노조원들 방해에 하루하루가 지옥” 

박씨에 따르면 남편 이씨는 과거 대한통운(현 CJ 대한통운)에서 택배 배송기사로 일하다 2008년 대리점을 차렸다. 택배노조가 생기면서 배송 수수료율을 9%에서 9.5%로 올려달라는 노조원들의 요구가 있는데, 이 과정에서 배송기사들의 괴롭힘이 있었다. 대리점 택배기사는 17명이었는데 이 중 12명은 지난해 5월 노동조합 ‘김포지회’를 만들어 태업에 들어갔다.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 대화방에는 이씨에 대한 욕설은 물론 대리점을 자신들이 접수하자는 내용이 돌았다. 이씨는 유서에 “처음 경험해 본 노조원들의 불법 태업과 쟁의권도 없는 그들의 쟁의활동보다 더한 업무방해에 비노조원들과 버티는 하루하루는 지옥과 같았다”고 적었다. 그는 유서에 조합원 12명 이름과 함께 “너희들로 인해 버티지 못하고 죽음의 길을 선택한 한 사람이 있었단 것을 잊지 말길 바란다”고 썼다.

박씨는 “제대로 된 사과 한 번 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법원이 너무 관대한 처벌을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적극적으로 가담한 4명에 대한 선고가 내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계속 법정에 출석해 강력한 처벌을 요청할 것”이라면서 “집행유예 판결이 난 이들도 끝까지 합당한 죗값을 받길 원한다”고 했다. 또 “당사자들이 미안하다는 문자 몇 개 보냈다. 진정 사과하고 싶다면 재판정에서 만나고 할 때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자신들의 형량을 낮추기 위해 마지 못해 문자를 보낸 것 같다”고 토로했다.

위로가 되는 건 남편의 동료 대리점주들이다. 김포 지역의 다른 택배 대리점 사장들은 숨진 이씨 이름을 딴 장학금을 만들어 매달 5만~10만원을 택배기사 자녀들에게 주고 있다. 장학회에 참여하고 있는 석원희 대리점주는 “이 사태의 진실은 갑(대리점주)과 을(택배기사)의 관계가 아닌 일방적 괴롭힘이었음을 제대로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조원 앞세워 ‘갑질 아파트’ 만들어 

박씨가 처한 현실의 배경엔 택배노조가 있다. 개인사업자 신분인 택배기사에게 노동조합 설립을 허가한 건 문재인 정부 시절이다. 부당한 업무 환경에서 일한다고 주장하면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택배노조는 2018년 1월 15일 설립된 공공운수연맹 산하 조직이 됐다. 택배기사들이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가야 한다는 주장 말고도 근로 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를 해 왔다.

대표적인 게 지난해 4∼5월 진행된 서울 강동구 G아파트 택배 배달 거부 시위다. 아파트에서 아이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애초 지상공원 아파트였다는 점을 근거로 택배 차량의 지상 출입을 금지하자 택배노조가 반발하며 시위를 진행했다. 보통 택배 차량의 높이는 2.5m이고 G아파트 지하주차장 층고가 2.3m로 이 지하주차장엔 택배 차량이 출입할 수 없음에도 아파트 주민들이 차량의 지상 출입을 막았다고 항의했다.

 진경호 택배노조위원장 등 노조 지휘부가 앞장서 이 아파트를 ‘갑질 아파트’로 인식되게 만들었다. 입주자대표협의회는 “이미 2019년부터 단계적으로 4차례에 걸쳐 통행 제한을 통보했고 이 계획에 따라 차량 개조도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G아파트 관리소장은 “현재는 모두 지하주차장에 들어올 수 있는 저상 택배차량들로 교체됐다”며 “택배기사들과 주민들 대립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에 문의한 결과 택배노조가 시위하던 당시에도 이미 차량 개조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이 회사의 경우 6대 중 3대가 개조를 마친 상태였다. G아파트 주민 김모(52)씨는 “당연히 주민들이 예고했던 내용이고, 개선 중이었는데 왜 갑질 아파트란 오명을 썼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는 “자영업자인 택배기사의 입장에서는 300만원 정도 하는 차량 개조 비용을 택배사 본사에서 지원해주길 원했던 것 같다”고 했다.

전체 택배기사 8.5%로 65일 파업 

택배노조의 시위는 CJ대한통운 본사 점거 농성으로 극에 달했다.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지난해 12월 28일부터 올해 3월 2일까지 65일 동안 파업을 벌였다. 핵심은 택배비 인상분을 더 분배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CJ대한통운은 직접 계약 당사자인 대리점들과 협의하라며 협상을 거부했고, 노조는 2월 10일 CJ대한통운 본사를 기습 점거해 19일간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건물 일부가 파손되고 진입을 막던 직원들이 다쳤다.

업계에 따르면 당시 파업에 동참한 택배기사는 2만여 명 중 8.5%인 1700여 명이었다. CJ대한통운은 업무방해, 시설물 파손 등 100억원에 달하는 손해를 입었다며 노조와 노조원 88명에 대해 2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CJ대한통운 측은 “불법행위로 인해 피해를 봤는데 아무 일도 없었다는 식으로 지나갈 수는 없다”며 소송을 취하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경찰 역시 최근 이들 88명 중 77명을 재물손괴, 업무방해, 건조물 침입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향후 비슷한 일이 발생해도 불법 행위에 가담한 노조원들에 대한 손해배상 요구가 어려워질 수 있다. 현재 야당이 진행하고 있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조와 3조의 개정 문제다. 소위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이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CJ대한통운은 택배노조와 각종 협상에 직접 나서야 한다. 470억여원의 손실(회사 추정)을 본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의 파업 역시 대우조선해양이 직접 해결해야 한다. 본사나 작업장 점거 사태가 발생해도 노조의 결정에 따른 것이라면 노조원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게 된다.